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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사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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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자흐스탄과 열린의사회의 첫 만남

하늘색 바탕에 금빛 태양과 독수리가 그려진 냉장고자석이 발걸음을 당깁니다. 냉장고 문을 열면 마찬가지로 카자흐스탄 국기 문양으로 포장된 초콜릿이 너는 지금 초콜릿이 당긴다며 제게 말을 건넵니다. 물만 마시러 왔는데... 어느덧 손은 주섬주섬 카자흐스탄에서 사온 홍차에 카자흐스탄꿀 한 스푼을 넣고 초콜릿까지 곁들여 내옵니다. 한국으로 돌아온 지 3주가 지났지만 여전히 제 마음은 카자흐스탄에서의 달콤한 시간에 머물러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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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운동과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을 맞아, 우리 열린의사회 소속 회원 25명은 2019730일부터 85일까지 카자흐스탄의 탈가르시()에 위치한 탈가르중앙병원(탈가르시립병원,Central Talgar District Hospital)에서 의과 치과 한의과 무료진료 및 전문의약품 제공, 현지의료인 교육 등을 시행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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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162차 해외의료봉사는 열린의사회가 카자흐스탄에서 처음 주최한 봉사활동입니다. 사트바예프 탈가르시장은 김은희 단장님과의 면담 자리에서 지속적인 의료협력을 바란다는 뜻을 전했고, 주알마티 김흥수 총영사는 직접 봉사현장을 방문해 봉사단원을 격려하기도 하였습니다. 현지의 이러한 높은 관심 속에서 우리는 나흘간의 봉사활동을 예정대로 잘 진행할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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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시작은 녹록지 않았습니다. 6시간 반의 비행시간을 마친 후 도착한 알마티공항에서는 우리가 준비해간 의료물품이 통과하지 못해 마음을 졸여야 했습니다. 사전에 통과를 허락한 공무원이 퇴근을 하였으니, 내일 아침 그 공무원이 출근을 해야 통과시켜줄 수 있다는 게 그 이유였습니다. 카자흐스탄은 1991년 구소련연방에서 독립한 지 30년도 채 안 된 CIS(독립국가연합)국 중 하나입니다. 해외봉사는 시혜가 아니라 현지의 상황을 보조해주는 것이기에, 그들의 관례를 이해해주는 자세도 필요합니다. 박인철 실장님과 양현모 간사님은 현재의 상황을 열린의사회 단원들에게 설명해주시고 우리를 안심시켜주셨습니다. 1b28803d36831a96c224b6d02f2d9db4_1566896672_9176.jpg


730일 밤, 공항에 발이 묶인 의료물품을 뒤로 하고 우리는 숙소로 향했습니다. 차로 이동하는 동안, 알마티의 넓은 도로와 현대식 마천루가 시선을 사로잡았습니다. 1998년에 누르술탄(20193, 아스타나에서 누르술탄으로 명칭 변경)으로 수도가 이전되기 전까지, 알마티는 옛 수도로서의 역할을 해온 곳인 만큼 카자흐스탄 경제.문화의 중심지로서의 면모를 잘 보여주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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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31일 아침, 한국보다 3시간이 느린 카자흐스탄에서의 첫 태양을 맞이하였습니다. 한.카 양국 조율을 담당해주신 카자흐스탄국립대학교 이현경 교수님의 설명에 따르면, 알마티는 카자흐스탄어로 사과의 아버지란 뜻이라 합니다. 그 명성답게, 조식으로 맛본 사과와 여러 과일들은 높은 당도를 자랑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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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가르중앙병원은 알마티로부터 차로 한 시간 거리에 위치해 있었습니다. 알마티에서 벗어나 탈가르를 향해 갈수록, 화려한 마천루는 사라지고 황량한 들판과 오래된 가옥, 소떼와 말떼가 그 자리를 대신했습니다. 이윽고 도착한 탈가르중앙병원 앞에는 넓은 정원이 펼쳐져있고, 그 안에서 꽃과 나무들이 햇빛을 머리에 가득 인 채 우리에게 손짓하고 있었습니다. 저 멀리로는 아이러니하게도 만년설로 뒤덮인 산꼭대기가 빼꼼히 고개를 내밀고 있었습니다. 우리들은 뒤늦게나마 무사히 도착한 의료물품들을 차에서 내리고 분주하게 진료실과 약국을 세팅하며 환자분들을 맞이할 준비를 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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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환자분들이 봉사현장을 찾으셨습니다. 에어컨과 커튼이 없는 진료실에서 의료진들과 봉사자들의 얼굴은 사과처럼 발갛게 익어갔습니다. 현지의 환자분들뿐만 아니라 현지의 의료진과 시청 관계자들도 내원해 진료받길 희망하는 등 한국의료진에 대한 관심이 높아서, 우리가 준비해간 종이차트가 모자랄 정도였습니다. 여건상 더 많은 환자분들에게 더 많은 진료의 기회를 드리지 못해 모두들 아쉽고 죄송한 마음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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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자흐스탄인들은 유목민족으로서 양고기 등의 육류를 주식으로 하기에 고혈압, 당뇨, 이상지질혈증 등의 대사성질환이 많았고, 석회질이 과다하게 포함된 수돗물(식수가 눈 녹은 물)을 마시기 때문에 결석과 신장질환 환자도 많았습니다. 과체중으로 인해 체중을 지탱하는 척추와 관절에 지속적으로 무리를 주어 허리 무릎 발목 통증을 호소하는 근골격계 환자군도 많았습니다. 위생 상태가 좋지 않아 침습적인 치료 전 처치에 어려움이 있었고, 보건의료 상식과 생활습관 교정을 필요로 하는 경우가 대다수였습니다. 통역은 카자흐 국제관계 및 세계언어 대학교(카자흐 아블라이한대학교)와 카자흐스탄 국립대학교의 한국어과 학생들이 맡아주었습니다. 카자흐스탄에도 한류 열풍은 예외가 아니어서, 오랜 시간 통역으로 지쳐있던 학생들도 방탄소년단 등의 한국연예인 이야기가 나오면 목소리 톤이 밝아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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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가르시가 고려인이 많이 살고 있는 곳인 만큼봉사기간 동안 우리는 고려인 음식을 접할 수 있었습니다현지 통역을 담당해주신 고려인2세 김옥자 선생님의 설명에 따르면마르코프차(당근 김치)는 고려인들이 김치가 너무 먹고 싶어 배추 대신 채 썬 당근으로 담근 김치라 합니다당근 김치라는 말 하나만으로도 고려인들의 굴곡진 역사를 엿볼 수 있었습니다고구려 백제 신라도 고구마 백개 심자로 배웠듯이 역시 역사는 먹는 것으로 배워야... 당근 김치 외에도 감자 전분으로 만두피를 만든 고기만두(감자 배고자), 색다른 고명이 올려져 있는 고려국시를 맛볼 수 있었습니다카자흐스탄 전통음식인 바우르삭(마름모 형태의 튀긴 빵)과 라그만(각종 야채와 고기를 볶아 면과 함께 먹는 위구르식 짬뽕), 샤슬릭(꼬치구이)은 홍은수 선생님께서 한국에서 손수 준비해오신 깻잎 어리굴젓 멸치무침과 매우 잘 어울렸습니다.

 

고려인  

구한말과 일제강점기 시절, 토지를 빼앗긴 농민과 독립운동가들은 연해주로 이주하였고 스스로를 고려인이라 부름. 이들은 척박한 연해주 땅을 일구고 농사를 지으며 삶의 터전을 이어나갔으나 1937, 스탈린 정부에 의해 중앙아시아로 강제 이주됨. 일본에 의해 극동 지역 안보가 위태롭게 되자 한인과 일본인을 구별하기 곤란하다는 것이 그 이유. 고려인들을 실은 시베리아 횡단열차는 한 달에 걸쳐 약 6000km를 달려 중앙아시아에 도착했고 그 과정에서 많은 고려인들이 추위와 기아로 목숨을 잃어야 했음. 강제 이주된 고려인들은 당시 소련 연방의 카자흐 공화국(현 카자흐스탄), 우즈벡 공화국 (현 우즈베키스탄) 등지로 분산 배치되었고, 그 후 19921월 소련의 붕괴로 구소련연방이 분리되면서 고려인들은 경제적인 어려움을 겪는 등 또 다시 시련을 겪어야 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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콕토베 타워에서 내려다본 알마티의 야경, 초록빛 나무들이 빼곡히 둘러싼 이식 호수, 곤돌라를 타고 올라가 본 침블락 정상의 만년설. 이 모든 것들은 나흘간의 숨가쁜 일정으로 쌓인 우리의 피로를 씻어내기에 충분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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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장고에서 꺼내온 초콜릿을 금새 다 먹었습니다. 냉장고에 다시 눈길이 가려는 찰나, 핸드폰 알람이 울립니다. 제 통역 담당 아이다나의 SNS에 침블락에서 함께 찍은 사진이 올라옵니다. 반가운 마음을 가득 실어 꾸욱 좋아요를 누릅니다. 고마운 인연은 달콤한 초콜릿만큼이나 우리에게 환한 미소를 선사해줍니다.


카자흐스탄은 동서양을 잇는 실크로드의 교역로 상에 위치하여 오랫동안 양쪽의 서로 다른 문화와 산물을 연결해준 국가입니다. 열린의사회 또한 1997년에 창립된 이래, 한국과 여러 국가 들 사이에서 나눔과 사랑을 전하는 실크로드 역할을 해오고 있습니다. 2019년에 처음 맺은 카자흐스탄과 열린의사회. 둘의 인연이 앞으로도 오래오래 이어지길 소망합니다. 카자흐스탄 봉사를 함께 한 열린의사회 모든 단원들과 스텝분들, 그리고 현지에서 도움을 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의 인사를 전하며 이 글을 마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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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유리 좋게 봐줘서 고마워요^^ 나두 유리샘이랑 함께여서 햄볶았다능ㅎㅎ 우리 또 만나용: )
  • 카자흐스탄과 고려인에 대한 역사 관련 글 같은 멋진 느낌의 후기입니다.. 술술 읽히는게, 여운이 남는것이 멋진글인거 같아요ㅎㅎㅎ 함께해서 행복했습니다.
  • @박혜미 함께여서 더욱 햄볶았습니당 저두 보고파용*^^* @김영아 즐겁게 읽어주셔서 저두 햄볶습니당^^❤ @고재미 5박7일일정을 다시 쭈~~욱^^ 감사합니다 또 뵈어용~!
  • 아~그곳에서의 일정이 쭈~~욱~ 잠깐사이에 다시 5박7일의 일정을 다시한듯.... 너무 글 멋지고 감사하네요.
  • 와아... 은경쌤! 대단해요~ 읽으면서 저도 모르게 혼자 끄덕끄덕하다가 웃고 있네요 ㅋ (옆에 거울있었는데, 흠칫 놀랐다는ㅋ)행복한 기억을 부르는 멋지고 좋은 후기 고맙습니다❤️
  • 너무나 멋진 후기에 근무 후 피로가 눈 녹듯이 풀리네요. 은경쌤~ 짱! 짱! 모두 함께여서 더욱 행복한 카작 봉사였습니다. 보고파용~~ *^^*
  • @권유진 공혜진 감사합니당♡♡
  • 멋진 후기 잘 읽었습니다. 이렇게 또 많이 배웁니다~~^^
  • !우와!!너무나 멋진 후기입니다♡
  • @서주희 당근당근^^ @민경란 선생님이 선물로 주신 '기린'뱃지덕분에 기운이 불끈불끈^^ 늘 건강하시고 또 뵙겠습니다 선생님: )
  • 우와~~멋지당! 후기가 에세이같음^^ 가녀린몸에 파워풀하게 침을다루는 모습이 선하네요 수고한 그대 늘건강하고 또현장서 만나길~~
  • 미소천사 은경샘 또 함께해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