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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사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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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11월 라오스. 환자보다 의사가 먼저 힐링되는 곳에 다녀온 썰.

# 내 봉사의 시작은 남들처럼 고상하지 않았다.

 

 난 원래 집에서 혼자 시간을 보내는 걸 좋아했다. 파란만장 힘들었던 20대가 끝나고 공중보건의가 되니 집돌이가 되기에 완벽한 조건이 모두 갖춰졌다. 그렇게 난 집에 갇혀(?)버렸다.

 올해로 공중보건의 3년차. 2년을 집에 갇혀(?) 살았던 탓이었을까. 마지막 1년은 이전과는 좀 다르게 보내야겠다고 다짐을 했다. 여행도 많이 다니고, 사람들도 많이 만나고... 해외봉사도 이런 생각의 연장선이었다. 나눔의 실천이나 좋은 의사 같은 고상한 이유는 없었다. 남는 시간을 활용할 하나의 방법이었을 뿐.

 

  

# 힘든 하루하루, 그냥 가지말까 고민했다.

  

 나는 현재 교도소에서 근무중이다. 환자들의 특성상 보람이 있기는커녕 사건사고가 없으면 다행일 정도다. 근래에는 특히나 날 지치게 하는 사건사고가 많았다. 에이즈 환자를 치료해주다 주사바늘에 찔리는 사고가 있어 몇날며칠을 우울하게 보내기도 했고, 한 환자는 자기가 원하는 치료를 해주지 않는다며 날 상대로 고소장을 날렸다.

 신청해둔 라오스 봉사날짜는 하루하루 다가오는데, 어지러운 내 마음은 도무지 진정이 되질 않았다. 그냥 가지말아야 하나, 정말 많이많이 고민했다.

(상태가 저렇다보니 답이 자주 늦었었죠. 간사님께 이 글을 빌려 죄송하단 말을 전합니당...ㅠㅠ)

  

 

# 출발. 피곤하기 그지없네.

 

 생각없이 지내다 출발일이 다가왔다. 출발 직전 늦은 밤에야 짐을 부랴부랴 챙겼다. 휴가가 넉넉하지 않은 관계로, 출발 당일 오전진료를 하고나서 공항으로 향했다. 철도파업으로 인한 추가적인 고생은 덤...짧지 않은 비행 이후 늦은 밤 라오스에 도착한 이후에도 대략 세시간을 차로 이동하고서야 숙소에 다다를 수 있었다. 왜 첫날엔 오후부터 봉사일정이 잡혀있었는지 온 몸으로 이해했다. 다섯 시간으로 공지되었던 차량 이동시간이 줄어든게 그나마 위안거리였다.

 그렇게 첫날은 오전진료+기차+버스+비행기+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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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첫날 봉사. 할 만하다?!?!

  

 조금은 늦게 진료장소인 초등학교로 출발했다. 가는 길 주변으로 보이는 라오스 풍경을 보고 있으니 어지러운 마음이 평온해지는 기분이 들었다. 나름(?) 능숙하게 장비를 세팅하고 점심을 먹고 오후진료를 준비했다.

  

1. 점심시간 막간을 이용해 몇 달 동안 통증이 있던 손목을 한의과 선생님께 진료를 받았다. 이 때부터 이 봉사가 맘에 들기 시작했다!!!!!

2. 라오스에서 한국어를 배우는 친구들이 통역으로 합류했다. 치과를 도와주는 통역친구에게 내가 몇 살처럼 보이는지 물었는데 스물일곱이라고 답했다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마 이 때부터 텐션업된듯.

3. 이번 봉사에는 4명의 치과팀에 2명의 통역친구들까지 총 6명이 함께했다. 현재 일하는 교도소에는 치과관련 인력이 나 뿐이다. 모든 진료를 사실상 혼자서 해야한다. 그래서 그런가, 함께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 자체로 너무 힘이되고 좋았다. 그냥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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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봉사를 하러 온 것인가, 놀러 온 것인가.

  

 시간이 갈 수록 팀원들과의 사이도 호흡도 좋아졌다. 통역을 해주는 친구들도 적극적으로 진료에 동참해줬다. 어느 순간부터는 내가 발치를 할 때 어린 환자들의 머리도 꽉 잡아주고 있더라ㅎㅎㅎㅎ 너무 고마웠다.

 이전에 다녀왔던 해외봉사들은 정말 눈코뜰 새 없이 바빴다. 환자들이 몇십명씩 줄서있기도 했다. 하지만 이번엔 그렇지 않았다. 물론 메디컬 선생님들은 환자도 많고 많이 바쁘셨지만, 치과는 그정도는 아니였다. 여유가 생길 때마다 이전 봉사에서는 못해봤던 것들을 했다. 다른 진료과목에서는 어떻게 진료들을 하고 있는지, 한의과에서는 도대체 어떤 바디랭귀지를 쓰고 있는지(ㅋㅋㅋㅋㅋ) 구경하러 다녔고, 에너지 넘치는 아이들과 한바탕씩 전쟁을 치르고 오기도 했다. 정말, 봉사를 하러 온건지 놀러 온건지 구분이 안될정도. 덕분에 환자가 올때마다 치과팀에서는 나를 찾아다니느라 고생했다. (죄송합니다)

 나에겐 굉장히 즐겁고 재밌는 봉사였다. 보람, 뿌듯함은 둘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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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좋은 사람들과 함께한 감사한 시간들.

 

 (그렇게 보이지 않는단 걸 알지만) 사실 나는 낯가림이 심한 편이다. 사람들과 편해지기까지 시간이 꽤 거린다. 그런 내게 5-6일 정도 되는 봉사기간은 사람들과 친해지기 넉넉하지 않다. 하지만 이번 봉사에서는 사람들과 많이 친해졌다. 밝은 사람들이 많아 덩달아 나도 많이 밝아졌고, 먼저 친근히 말걸어준 덕분에 나도 사람들에게 더 마음열고 다가갈 수 있었다. 좋은 사람들 덕분에 봉사도, 그 외의 시간들도 한없이 즐겁게 보낼 수 있었다.

 이번 라오스 봉사에 함께한 분들 중에는 나누는 삶, 봉사하는 삶에 대해 선한 도전의식을 불러일으키는 대단하신 분들이 정말 많았다. 나름 봉사활동을 여러차례 다니다보니 내 주변에선 나를 마치 대단한 사람, 좋은 사람인 것 처럼 치켜세워줬는데, 좋으신 분들과 함께하며 절로 겸손함을 배웠다. 내 봉사의 시작은 남들처럼 고상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 분들처럼, 이런 나눔과 봉사가 내 인생의 일시적인 이벤트로 끝나지않길 소망했다.

  

 

# 마치며

  

 일단, 내가 치료했던 환자들이 건강했으면 좋겠다. 상처는 잘 아물고(제발ㅠㅠ), 현재 남아있는 치아들은 건강히 오래오래 사용할 수 있길 간절히 기도한다.


 그냥 열심히 진료나 보고와야지라는 생각으로 출발했다. 특별한 기대감 같은건 전혀없었다. 지루하고 지치는 일상에서 잠시라도 벗어난다면 그것만으로도 괜찮을 것 같았다. 하지만 기대이상 상상이상으로 난 많은 것을 얻고왔다. 어떤 놀이공원을 놀러간 것보다도 즐거웠고, 어떤 휴양지에서도 얻을 수 없을 깊은 채워짐을 경험했다. 덕분에 쓸데없는 걱정거리, 실체없는 두려움에서 벗어나 멘탈이 제자리를 찾아가고 있고, 싸워나갈 에너지도 충전했다.

 

 한국에 돌아와서 친구들에게 봉사를 권하고 있다.

 나눠주러 가서 채워지고 온 기분. 치료해주러 가서 내가 힐링된 기분. 이 기분을 친구들도 느끼게 해주고 싶어서.

  

 즐거웠다. 너무 좋았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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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나, 약국팀이 후기가 없네.

구도는 식상해도 후기는 신선하겠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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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집나간 치과의사 한주쌤ㅋㅋㅋ서영쌤은 힘들어했지만 전 한주썜이 놀이봉사에서 희생해주셔서 감사했어요 ㅎㅎ해단식 피날레까지 완벽! 담에또뵈여~ㅎㅎ
  • 옆에서보니,, 슬기로운 ** 생활~~~..자알 하실꺼라 믿습니당^^
  • 선생님 덕분에 너무 재밌었어요 ~
  • ㅋㅋㅋㅋㅋ 홀린듯이 읽다가 마지막에 우리 사진 보고 깜짝 놀랐네ㅋㅋㅋ 필력 좋다앙
  • 한주쌤 덕에 우리도 힐링 많이 되었어요^^ 최고로 멋진 봉사자의 모습 보여주셨어요
  • ㅎㅎㅎ 수고많으셨습니다 건강한 맘나누며 밝은모습 잘 간직하길~~
  • 크으 잘쓰면서 왜 튕겨? ㅋㅋㅋㅋㅋ오빠의 교도소생활 대박이긴한데 라오스가짜나이 스물일곱은 좀 잊어....오빠는 서른 셋 ! 그놈의 입꼬리 절대 안내려옴 !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