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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활동 소식
열린의사회는 다양한 국내외 활동을 통해 이웃들과 나눔을 실천하고 있습니다.
15년만에 다시 마주한 감동_에티오피아 아디스아바바 의료봉사
이번 에티오피아 의료봉사는 지난해 8월 걸려 온 한 통의 전화에서 시작되었습니다. 열린의사회의 오랜 회원이시지만 흔적을 숨기기로 유명한 소경옥 선생님의 갑작스러운 연락이었죠. 오랜만에 안부를 나누다 농담 반 진담 반으로 건네신 한마디, “제가 에티오피아에 있는 동안 한번 오시면 어떨까요? 최선을 다해 준비할게요.” 그 밝고 자신감 넘치는 목소리에 홀리듯 이번 여정을 준비하게 되었습니다.

출국 직전까지도 의료 허가, 통관, 비자 문제 등으로 난항을 겪었지만, 현지에서 분주히 발로 뛰어주신 소 선생님과 마르타(Dr. Martha), 히크마(Dr. Hikma), 피샤(Mr. Fisseha) 씨 덕분에 출국 이틀 전 극적으로 모든 절차를 마칠 수 있었습니다. 한결 가벼워진 마음으로 오른 15년 만의 에티오피아행. 공항에서 만난 봉사단원들은 평소보다 낯익은 분들이 많았습니다. 20대부터 60대까지 세대를 아우르는 조화로운 구성을 보며 설레는 마음으로 여정을 시작했습니다.

도착 후에는 좌충우돌의 연속이었습니다. 그간 4번의 경험상 순조로운 입국을 예상하진 않았지만, 한 분의 비자가 구여권으로 신청되어 현장에서 급히 재발급받는 소동이 있었습니다. 위탁 수하물 일부가 보이지 않아 당황하기도 했지만, 대형 수하물은 별도의 벨트로 나온다는 새로운 사실도 배웠습니다. 장비와 의약품 등 방대한 짐을 서류와 대조하는 엄격한 검역 과정도 기다림을 가중시켰지만, 앞서 언급한 현지 의료진들의 헌신적인 도움 분에 무사히 공항을 나설 수 있었습니다. 비행기에서 내려 공항을 빠져나오기까지 두 시간 여가 소요되었지만, 이전에 에티오피아를 경험해 본 사람이라면 너무 수월하고 완벽한 상황에 감사함을 느끼게 될 겁니다.


긴 여정의 피로는 소 선생님의 밝은 목소리와 강인한 에너지를 마주하는 순간 눈 녹듯 사라졌습니다. 숙소에서 잠시 숨을 고른 뒤, 곧바로 진료지인 ‘한국전 참전용사 기념 보건소’로 향했습니다. 이곳은 한국전 당시 지상군으로 참전한 ‘강뉴부대’ 대원과 그 후손들을 위한 뜻깊은 장소입니다. 도착 후 기념행사에 참석해 에티오피아 전통 커피를 나누며 서로를 알아가는 시간을 가졌고, 이어 진료 동선을 확인하며 장비와 의약품을 배치하다 보니 어느덧 해가 저물었습니다. 새벽부터 시작된 긴 하루가 순식간에 지나갔습니다.

첫 진료일은 마침 설날이었습니다. 간호사 민경란 선생님의 제안으로 준비한 컵떡국을 다 함께 먹으며 타지에서 가족의 소중함을 되새겼습니다. 보건소에는 이미 수많은 분이 접수를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총 4개의 건물을 활용하다 보니 이동은 다소 불편했지만, 공간이 분리된 덕분에 혼잡한 접수처와 달리 진료실 안은 평온을 유지할 수 있었습니다. 다양한 진료과 덕분에 주민들의 선택권이 넓어졌고, 특히 인기가 높았던 치과는 하루 80여 명을 대상으로 탄력적인 운영을 이어갔습니다. 한국어에 능통한 현지 인력 덕분에 소통의 벽도 낮출 수 있었습니다. 오전 8시에 시작된 진료는 오후 7시가 되어서야 끝이 났고, 단원들은 벌써 내일의 인파를 걱정할 만큼 열정적으로 임했습니다.

둘째 날은 더 많은 인파가 몰려 마치 인기 스타가 된 듯한 기분이 들 정도였습니다. 다행히 탄자니아에서 수술 일정을 마치고 합류하신 외과 권유진 선생님의 존재가 큰 힘이 되었습니다. 가정의학과부터 한의과, 치과까지 총 7개 과가 유기적으로 협력한 덕분에, 어제보다 많은 환자를 진료하면서도 한층 숙련된 흐름으로 일정을 소화했습니다. 저녁 6시가 넘어서야 마무리된 현장은 단원들의 열기로 가득했습니다.

셋째 날에는 질서 유지를 위해 경찰 10여 명이 출동할 만큼 열기가 뜨거웠습니다. 우리의 마지막 진료임을 알기에, 또 이 기회가 그들에게 얼마나 소중한지 알기에 마음이 무거웠습니다. 더 많은 것을 해드리지 못하는 미안함을 담아 남은 힘을 모두 쏟아부었습니다. 넉넉히 준비한 구호품이 3일 차 점심 전 소진될 정도로 많은 분이 찾아주셨습니다. 다소 혼잡한 상황 속에서도 작은 선물과 진료에 미소로 화답하는 순수한 이들을 보며, 15년 전의 열린의사회처럼 ‘언젠가 꼭 다시 오겠다’는 다짐을 하게 되었습니다.

모든 진료를 마친 후, 보건소 측에서 감동적인 세리머니를 마련해 주셨습니다. 에티오피아의 멋진 전통 의상과 감사장, 한-에티오피아 의료진의 친선을 표현한 그림, 그리고 에티오피아의 정성이 담긴 전통 커피까지. 기대하지 않았던 만큼 선물을 받는 누구나 기쁨의 탄성과 환호를 표했습니다. 저희 또한 한국투자공사의 후원으로 마련한 병원용 침대, 휠체어, 네뷸라이저, 심전계 등 다양한 의료 장비와 의약품을 전달하며 서로의 노고를 격려했습니다. 짧지만 강렬했던 의료봉사의 공식 일정이 마무리되는 순간이었습니다.


마지막 날에는 에티오피아 한국전 참전용사회를 방문했습니다. 잘 가꿔진 기념공원 내에 위치한 회관은 17년 전 열린의사회가 완공 시점에 맞춰 가장 먼저 의료봉사를 했던 추억이 깃든 곳입니다. 황량했던 야산이 아름다운 공원으로 변한 모습에 감개무량했습니다. 이윽고 마주한 참전용사들은 어느덧 80~90대의 고령이 되셨지만 한국전 당시를 회상할 때만큼은 용맹했던 전사의 눈빛으로 돌아가셨습니다. 그분들의 헌신 덕분에 오늘날의 우리가 있음을 다시금 새기며, 사전 조사를 통해 준비한 혈압측정기와 다양한 선물들을 전달했습니다. 어린아이처럼 환하게 웃으시는 어르신들의 미소가 이번 여정의 가장 아름다운 마지막 장면으로 남았습니다.

설날 연휴를 마다하고 좋은 뜻을 펼치고, 누군가를 돕기 위해 선택한 에티오피아 의료봉사. 15년 전 회관 앞에 식수한 묘목이 얼마나 자랐을지 궁금하다던 이영미 단장님 이하 20분의 참가자분들. 여러분의 아름다운 동행 덕분에 머나먼 아프리카 대륙에 올 수 있었습니다. 내 일처럼 신경 써준 소경옥 선생님과 현지 의료진들 덕분에 우리 활동이 무탈한 시작과 마무리를 할 수 있었습니다. 함께 할 수 있어서 소중했고, 서로 나눌 수 있어서 행복한 시간이었음을 오래도록 기억해 주시기 바라며, 다시 에티오피아를 찾는 날 많은 분들이 다시 함께해 주시기를 소망합니다. 모두 고맙습니다. 그리고, 수고 많으셨습니다.
[참가자 명단]
의료진 : 이영미(단장) 권유진 김미진 김수영 김순호 김용희 민경란
서리나 신동현 이계선 이은혜 이중엽 정성현 정지수 한선정
자원봉사자 : 강나나 남설아 심경보 최희정
스탭 : 박인철 김형찬 소경옥 마르타(Dr. Martha) 히크마(Dr. Hikma) 피샤(Mr. Fisseha)
통역 : Getahun Adane(타훈) Rahel Abraham(다온) Hiwot Eshetu(기쁨) Meba kasahun(나리)
Tesfaye Solomon(민수) Mariyamawit Getachew(티나) Hawariyaw(나린) Yafet Abebe(야패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