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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활동 소식

열린의사회는 다양한 국내외 활동을 통해 이웃들과 나눔을 실천하고 있습니다.

공기처럼 익숙하고 자연스러웠던 배려_안나푸르나 볼룬투어

해외활동

공기처럼 익숙하고 자연스러웠던 배려

 

해발 4,130m의 아득한 높이, 영하 15도를 밑도는 강추위, 산 곳곳을 뒤덮은 만년설.

한국에서 출발하기 전부터 준비를 단단히 했지만, 기대보다 걱정이 앞서는 게 당연한 일이었을까요. 사흘간 네팔 칠라우네바스 의료봉사를 무사히 마치고, 달콤한 하루의 휴식이 주어졌지만, 다음 날부터 이어질 히말라야 트래킹을 앞두고 설렘과 걱정이 교차했습니다. 인생에서 한 번은 올라 봐야 한다는, 하지만 신이 허락하고, 산이 허락하지 않으면 오를 수 없다는 히말라야. 그 히말라야의 심장 안나푸르나 베이스캠프로 열린의사회 회원들과 함께 다녀왔습니다.



 
 

포카라에서 버스와 지프를 번갈아 타고 울퉁불퉁한 산길을 2시간 달려 출발지인 마큐에 도착했습니다. 멀리 구름 뒤로 숨은 웅장한 마차푸츠레를 마주한 순간, 히말라야와 함께할 5일의 시간이 피부로 느껴지는 것 같았습니다. 본격적인 트래킹을 앞두고, 전체 일정을 이끌어 줄 오은선 대장님(산악인, 열린의사회 홍보대사)께 등산화 묶는 법부터 걷는 요령과 스틱 사용법까지 꼼꼼하게 배웁니다. 작은 포인트 하나 놓치지 않으려는지 다들 사뭇 진지한 표정입니다.



 
 

첫걸음은 가볍고 경쾌했습니다. 오솔길을 따라 시원한 바람이 솔솔 불어주었고, 작은 돌계단 하나, 들꽃 한 송이도 참 예쁘고, 근사했습니다. 긴 오르막을 오르며 땀으로 속옷이 젖고, 숨이 조금 가빠지기도 했지만, 쉼터에 도착하면 어김없이 웃음꽃이 만발했습니다. 처음 접한, 혹은 도시에 살면서 어쩌면 잊고 지냈을 자연의 아름다움을 만끽하며 첫날 트래킹을 마쳤습니다.



    

둘째 날부터는 본격 트래킹이 시작되었습니다. 목표는 약 15km, 구불구불 산길이니, 열 시간 정도는 걸어야 도착할 수 있는 곳이었습니다. 하지만 전날 첫 트래킹을 하며 다들 몸이 조금은 풀려서인지, 속도가 제법 붙었습니다. 선두그룹과 후미그룹이 속도를 적절히 맞춰가며 목적지에 도착했습니다. 둘째 날 만난 히말라야는 정말 다양한 매력을 품고 있었습니다. 이른 아침부터 저녁까지 사계절을 마치 파노라마처럼 보여주었습니다. 깊은 협곡과 울창한 숲을 지나면 깎아놓은 듯한 절벽이 기다리고 있었고, 또 곳곳에서 들려오는 물소리와 바람소리는 걷는 동안 귀를 즐겁게 해주었습니다.



   
 

셋째 날, 그렇게 꿈꿔왔던 안나푸르나 베이스캠프(ABC)로 향하는 날 아침이 밝았습니다. 전날 산행으로 조금 지치기도 했고, ABC에 오르려면 고도를 꽤 올려야 했기 때문에, 아침부터 대장님을 중심으로 분주히 일정을 조율했습니다. 만장일치로 ABC까지의 트래킹이 결정되었고, 힘차게 서로를 응원하며 트래킹을 시작했습니다. 3,400m... 3,700m 고도가 차츰 올라갈수록 호흡이 거칠어지고, 발걸음도 무거워졌습니다. 하지만 목적지에 가까워질수록 먼발치에서만 볼 수 있었던 안나푸르나는 압도적인 모습으로 우리에게 다가왔습니다. 바람이 세차게 불고 추위에 손끝 발끝이 시려왔지만, 안나푸르나를 향하는 순간은 마치 꿈결을 걷는 것 같이 포근하고 아늑했습니다.



 

마침내 해발 4,130m 안나푸르나 베이스캠프

새벽 6시 출발한 팀원이 ABC에 모두 모인 건 저녁 6, 꼬박 열두 시간을 걸었습니다. 숨이 턱까지 차올랐고, 한 걸음 앞으로 내딛는 것조차 힘들었지만 넘실대는 산의 기운을 온몸으로 느낀 그 순간의 희열과 감동 앞에서는 아무 것도 아니었습니다. 

 

그 감동에 한껏 취해있던 팀원들에게 숨어있던 복병이 나타났습니다. 고산병. 트래킹 첫날 선선했던 바람은 온몸을 얼려버릴 정도로 차가워져서 내복을 껴입고 방한복과 모자를 겹쳐 써도 추위를 막을 수는 없었습니다. 처음 경험해 본 해발 4,130m는 예상보다 쉽지 않았습니다. 고산병은 누군가에게는 저체온증으로, 누군가에게는 극심한 피로와 두통으로 찾아왔습니다. 재빠르게 비상용 은박과 담요로 체온을 유지하고, 준비해간 고압산소로 응급처치를 실시했습니다. 늦은 시간까지 힘들어하는 팀원 곁을 지키며, 대자연 앞에서 우리가 예측하고 대비할 수 있는 건 고작 담요와 옷가지 몇 개라는 사실이 자신을 겸손해지게 했습니다.

 

다음 날 아침, 밤새 서로의 곁을 정성으로 지킨 덕분이었을까요. 다행히 모두가 회복의 모습을 보였습니다. 따뜻한 밀크티로 찬 속을 달래고 ABC를 떠나 산을 내려갑니다. 내려가는 길도 만만치는 않았습니다. 하지만 조금 지쳐 속도가 늦어지면 어느새 누군가가 옆에서 함께 걸어 주었습니다. 혼자가 아니라는 것, 누군가 옆에서 내 발걸음에 맞춰 걷고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히말라야를 온전히 느끼며 내려오기에 충분했습니다.



 

마지막 날, 히말라야에서의 꿈같은 시간이 지났습니다. 어느덧 걸어야 할 길이 걸어온 길보다 훨씬 짧아져 있었습니다. 첫날 걸어 올랐던 길을 찬찬히 되짚으며 내려왔습니다. 4일이라는 시간이 흘렀고, 우리의 모습도, 마음도 조금은 달라져 있었습니다. 하지만 히말라야는 아무 일이 없었다는 듯 그렇게 그대로 있었습니다. 여전히 풍요로웠고, 여전히 강인한 아름다움을 간직하고 있었습니다. 아마도 히말라야의 시간은 그렇게 수천년을 흘러왔을 것 같습니다.

 

누군가에게는 버킷리스트이자 로망, 누군가에게는 재충전의 시간, 또 누군가에게는 버림과 채움의 시간이었을 히말라야 트래킹. 푸르렀던 오솔길, 숨이 턱 끝까지 차올랐던 돌계단, 거대한 자연의 산실 만년설, 거친 협곡을 타고 흐르던 계곡물, 언덕 끝에서 항상 우리를 반겨주었던 바람과 햇살. 오르막과 내리막, 그 길목에서의 선택. 모든 순간이 마음에 남았습니다. 아무래도 머리는 마음을 이길 수 없는 것 같습니다. 산을 오르기 전에 머릿속을 가득 채웠던 걱정은 어느새 산이 우리에게 선물한 마음에 자리를 내주었으니까요.



  

좋은 사람들과 함께해서 더할 나위 없었습니다. 누구랄 것 없이 배려가 넘쳤고, 어려운 순간도 함께 헤쳐나갔습니다. 영하 15도의 강추위, 해발 4,000미터에서의 고산증상, 긴 산행에서 오는 극심한 피로, 저체온증, 낯선 환경... 어려운 순간들도 있었지만, 대수롭지 않게 지날 수 있었던 건 서로를 향한 배려 덕분 아닐까요. 보이지 않는 공기처럼 익숙하고 자연스러웠던 배려의 마음, 그리고 그 마음이 하나로 뭉쳐졌을 때의 희열은 오래도록 잊지 못할 것 같습니다.



 

[네팔 안나푸르나 베이스캠프 볼룬투어 참가자 명단] 


오은선 권현옥 차용원 박단 최선아 권성은 장현 

박신욱 권기조 이순근 김민수 최지유 박정원


사무국 정그루 차장